[EXHIBITION] 정의지 'ReGenesis-잊혀진 기억' 2015.8.21~10.2 작가의 성장 배경은 조금 남다르다. 아버지 정운석과 어머니, 동생이 모두 도예가로, 유일하게 가족 중에 정의지만 안동대학교 조소전공 학사와 중앙대 예술대학원 조소과 석사 학위를 취득, 온갖 굵직한 공모전의 대상과 최우수상을 거머쥐며 조각가의 길을 걷는다. 흙과 불의 예술이라 일컫는 도자기와 조각의 접접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돌연변이만은 아니다. 정의지는 조형예술을 하되, 도자예술의 개념과 기법을 적절히 활용하여 온전히 본인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였다.이번 개인전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은 ‘Re-Genesis’ 와 ‘Engram’ 시리즈로, 이 둘은 존재 의미를 상실한 일상적 오브제의 소멸과 망실, 그리고 뒤이어 재생 또는 소생 같은 잠재된 심상을 시각화 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한 연장선 상에 있다.‘Re-Genesis’ 시리즈는 버려진 일상의 오브제를 끌어들여 그것을 다양한 가공을 통해 동물 형상으로 조각화하는 작품 연작이다.마치 처음부터 쓸모 없는 존재였던 것 처럼, 쓸모를 다하고 버려진 오브제들을 발견하고 수없이 두드려 조각을 만들고 접어 나가는 행위는,버려진 오브제들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치유 해 나가는 과정이다. 또한 불로써 태우고 또다시 닦아 내는 행위는 온전히 소멸시키고 정화시켜 새로운 존재로의 탄생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오브제들은 작가 또는 모든 인간과 동일시 되는 생물화의 과정을 거치며, 저마다의 고유한 흔적들에 작가의 행위가 결합하여동물의 형태로 새로운 의미와 강력한 생명력을 얻는다. 즉, 부활과 재생의 의미들을 담고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정의지는 다양한 분야의 젊은 작가들과 함께 ‘조하밤’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조직해 재능 기부의 형태로 매년 작지만 미술로서 사회에 공헌 할 수 있는 일을 펼쳐가고 있다.‘Engram’ 연작은 2013년 치매 어르신들이 생활하는 요양원에 작가가 프로젝트로 참여하며 시작되었다. 노인이 원래의 사회적 위치와 개인의 역사, 역할, 기능을 잃어버리고 낯선 곳에 떨어지듯 옮겨져 버린 그 곳에서, 개인의 과거와 역사는 중요하지 않고 다만, 불규칙한 기억의 편린들만이 그들을 때때로 사회 속의 누군가로 잠시 되돌려 놓는다. 작가는 이 만남을 계기로 온전하지 못한 기억의 범주와 대상의 존재에 대해 사유하기 시작했으며, 쓸모가 다한 오브제를 추억하고 부활시키는 기존 작업에 인간의 전기적 초점을 더해 작업하게 되는 단초가 되었다. 이는 독립된 개체들이 외부의 압력에 의해 불완전하게 압축되며 절단된 물질의 단면을 보여주는 추상 형태의 작품으로 보여진다..그리고 초도라는 작은 섬에서 펼쳐진 2014년 조하밤 프로젝트에서는 정의지 작가의 엔그램 시리즈가 설치와 사진 작업으로도 확장 된다.작가는 버려진 오브제를 내부에 설치한 하프미러, 즉 이미지와 이야기의 끝없는 재생산과 중첩을 위한 도구적 수단으로서의 오브제를 폐가 내부에 설치했다.무너진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폐허 속에서도 생명력을 틔워 내는 잡초 위에 내려 앉았다. 배경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을 만큼 다분히 의도적으로 제한된 빛은 오롯이 하프미러 내부로 관람객의 시선을 인도하며, 관람자가 장소성을 드러내는 기타 오브제들을 인식하는 것을 방해한다. 사진의 형태로 결과물만 보는 관람객 입장에서 그곳이 폐가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단서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천장과 작품 레이블 외에는 없다. 작가는 ‘Engram-사멸’ 을 통해 하프미러에 무한 반복되는 이미지를 통해 탄생과 죽음, 번성과 몰락, 만남과 헤어짐, 유구한 역사와 찰나의 순간,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상반됨에도 하나로 귀결되는 것에서 오는 무상함 내지는 깨달음을 전한다.‘Engram-회귀’ 라는 작품은 한걸음 더 나아가 마치 만물을 관장하고 인간의 선악을 재단하며 생사를 좌우하는 초월적 존재가 인간사에 개입하는 순간, 혹은 판도라의 호기심이 결국 열어서는 안 될 상자의 뚜껑을 열고야 마는 찰나의 순간을 묘사한다. 만물은 순환하고, 돌고 돈다. 근본적으로 작가는 묻는다. 인간은 무엇인지, 인생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그리고 그는 이 질문에서 얻은 답을 몸소 실천한다 화려하게 조명받지 않아도, 공치사를 늘어놓지 않고도, 묵묵히 하지만 열정을 가득 품고, 세상 어느 곳을 따듯하게 만드는 것이 더욱 의미있고, 그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 믿는 사람.예술의 숭고함과 미학이 주축이 되는 위로부터의 미술이 아닌 작가와 관람자 자체, 그리고 그들의 참여와 소통이 주가 되는 아래로부터의 미술을 그는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다.장독대에 오래 묵힌 집간장은, 오래 될 수록 진하지만 맑아지고 향이 난다. 궁극적으로는 단단하게 빛나는 결정체가 생긴다.어느 전시에선가 군계일학처럼 돋보이는 그의 작품에 한 눈에 반해 기획자와 작가로 만나 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인연을 이어 온 디렉터의 입장에서, 온전히 본인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흔들림없이 본인의 작품과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는 작가 정의지의 작품은 조금 투박할지언정 진국임에 틀림없다. 사람은 더더욱 진국이다. 수십년 묵힌 집간장에 비유해도 넘침이 없다.5번째 개인전을 위해 묵직하고 든든한 작품을 준비 해 온 작가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앞으로도 정의지 작가가 보여 줄 행보와 작품을 벅차고 설레는 기쁨으로 기대하려 한다. 리더스 갤러리 수 김나영 2012 중앙대학교 일반 대학원 조소과 수료 2011 안동대학교 미술학과 조소전공 졸업수상 1회 Eco 환경 조각대전 “대상” 수상 (크라운 해태 아트벨리), 1회 강남구청 정크아트공모 “대상”수상 (강남자원환경센터), 20회 한국 구상 조각대전 “대상” 수상 (성남아트센터), 12회 대교 문화제단 대학, 대학원생 조각대전 “우수상”수상 (건국대학교), 39회 경상북도 미술대전 “대상”수상, 1회 김포 경인 아라뱃길 조각공모 “최우수상”수상 (한국수자원공사)프로젝트2015 브라운핸즈 x 정의지 콜라보레이션, 2014 마을미술프로젝트 함창 예고을 금상첨화 (상주시 함창읍), 2014 ‘조하섬 프로젝트’(정다방프로젝트), 2013 ‘백발의 아티스트’ 전(조.하.밤 프로젝트),2012 이별프로젝트 (구)성경약국 (부산)개인전 5회 2015 ‘Engram – 잊혀진 기억’ 정의지 개인전 (리더스 수 갤러리)그룹전 2015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여수) 2015 화랑미술제(코엑스) 외 그룹전 다수작품 소장) 성남아트센터, 해태.크라운 아트벨리, 경북도청, 평화누리공원, 예천 곤충엑스포, 김포 경인아라뱃길, 상주시 함창 가야왕릉, 마산 브라운핸즈 현) 구상조각회, 조.하.밤 조각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