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공간을 점거한 크리에이터자동차 서비스센터 -> 가구 쇼룸&카페 브라운핸즈이준규&김기석 대표'주물'과 '가구'의 조합은 어쩐지 버겁다. 작은 부품이나 액세서리도 아니고 덩치 큰 가구를 주조하기란 여간한 중노동이 아니다. 흙으로 틀을 짜는 일부터 험난하다. 쇳물을 부어 굳히고 마감하는 일련의 과정은 거의 구도자의 고행에 가깝다. 대신 주물 가구의 미적 완성도는 여느 가구에 비할 수 없다. 밀도가 높고 중량감이 있어 오래 두고 볼 수록 아름답다. 한동안은 녹슬 염려 없고 사용이 간편한 인스턴트 가구에 밀려 기를 펴지 못했지만 최근 주물 가구의 진가를 알아보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주물 가구를 전문으로 만드는 디자인 그룹 브라운핸즈도 시대의 요구에 부흥하기로 했다. 경기도에 있던 작업실 겸 쇼룸을 서울 시내로 옮기기 위해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던 이준규&김기석 대표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건물 한 채를 발견했다. 도곡동주민센터 앞에 방치됐던 낡은 자동차 서비스센터. 헐릴 날만을 기다리던 곳에 호흡기를 갖다 댔다.주변 주택가와 썩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낡고 오래되었다는 것, 2가지 말고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건물인데 이들에겐 흰 도화지나 다름없었다. 가구뿐 아니라 스탠드, 문고리, 경첩, 접시 등 다양한 종류의 브라운핸즈 제품들은 원래부터 이 건물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착 달라붙었다.이들의 리모델링 원칙은 단순하지만 까다로웠다. 건물이 간직한 본연의 매력을 최대한 거스르지 않는 것 세월을 거치는 동안 생성된 공기, 색채, 정서. 한마디로 '자연스러움'을 보호하고자 했다. "만든다고 만들어지지 않는 성질이니까요." 공사가 끝난 후에도 바닥 한구석의 주차 구역 페인팅, 가스관이 달린 벽면은 정비소 시절과 변함없이 제 모습을 간직했다.가구장이들에게 건물을 다루는 일이 어렵진 않았을까? "가구와 건물은 '구축적'이라는 면에서 맥락을 같이해요. 크기에 따른 공정상의 호흡말고는 다를게 거의 없어요. 가구가 확장되면 건축이 되고 건축이 축소되면 가구가 되는 것이죠."인공미를 배제하기 위해 일일이 손으로 작업한 흔적도 보인다. "바닥의 경우 타일이나 원목으로 마감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오래된 바닥의 질감을 그대로 살리고 싶어서 하나하나 직접 그렸죠." 타일 무늬를 붓으로 바른 바닥 위에 자신들의 테이블을 올렸다. 그리고 하나둘 사람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브라운핸즈는 쇼룸과 카페를 따로 구획하지 않았다. 굳이 가구를 보러 오지 않더라도, 그저 강남에서 연남동의 '리브레' 커피를 마실 수 있다기에 찾아온 손님들이라도 이곳의 터이블, 의자, 소파 등 가구를 직접 사용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아트 페어에서 브라운핸즈의 제품을 보면 더러 난해하다고들 말해요. 우리를 찾아오는 손님들은 이렇게나 편하게 제품을 사용하는데 말이죠." 제 2의 브라운핸즈를 기대해보아도 될까. "꼭 오래된 건물일 필요는 없지만 낯익은 인상을 줄 수 있는 곳, 우리의 철학과 정서를 표현할 수 있는 곳이라면 2호점을 여는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만하죠. 쉽지는 않겠지만요." 이들의 '새로운 낡은' 공간을 상상한다. 머지않는 낳에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테이블을 쓸고, 공간의 비포&애프터를 대조하며 '다른그림찾기'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