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사로잡은 철물 가구 ”브라운핸즈 조각가 이준규와 제품 디자이너 김기석이 만든 가구 공방이자 가구 브랜드가 브라운핸즈(Brown Hands)다. 때가 꼬질꼬질하게 묻은 손인 브라운핸즈는 ‘아버지의 손처럼 일하는 손’이라는 뜻이다. 일하는 아버지의 손 그대로 사람의 손길과 훈훈한 정서가 담긴 소품과 가구를 만들겠다는 비유적 의미다. 영국 유학 시절 일요일 아침마다 동네 외곽 벼룩시장에서 우연히 만났다는 이들은 그때부터 서로의 취향이 통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빈티지’라는 개념도 없던 시기에 맥도날드 해피밀 장난감, 고물 자전거 등 오래된 물건에 무작정 끌렸다.“칠이 벗겨진 허름한 대문, 놀이터의 녹슨 그네, 낡은 의자 등 오래된 철물의 느낌이 좋았어요. 가구 시장을 평정한 재료가 나무이니 차별화를 주고 싶어 금속을 선택한 부분도 있습니다.” 브라운핸즈는 동이나 알루미늄 같은 금속을 주재료로 가구를 만든다. 최종 마감할 때는 사포 대신 흙으로 문질러 일부러 균일하지 않은 질감을 만들어낸다. 아니면 일정 기간 땅속에 가구를 김칫독처럼 파묻거나, 흙이라는 재료가 제품과 사람 사이를 더 부드럽게 연결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 물건이지만 어떻게 하면 오래 사용한 물건 같은 느낌을 낼 수 있을까 다각적으로 고민하던 끝에 찾아낸 해결 방안. 인공적인 매끈한 마감이 아닌, 손맛이 뚝뚝 묻어나는 마감이 브라운핸즈 가구의 특징이다. “공산품처럼 깔끔하기보다 적당한 느낌을 찾으려 해요. 이 정도 느낌에서 멈출 때 그 사람의 성향이 나오니까요.” 브라운핸즈 가구는 색감도 오묘하다. 어린시절 갖고 놀던 장난감이 빛에 바랬을 때 이런 색이 아니었을까? 과감할 정도의 캔디 컬러를 매치한 가구는 공간의 포인트 역할로도 손색이 없다. 자동차도, 전자 제품도 하물며 옷도 무채색을 고르는 게 일반적인 소비 패턴이지만 마우스나 양말을 살 때 가끔 오렌지색이나 꽃분홍색을 선택하는 일탈을 감행할 때가 있다. 그런 심리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브라운핸즈 가구를 반색할 수밖에, 나중에 퇴직금 받아 동네 치킨 장사를 하느니 일흔까지 손수 가구를 만드는 노후를 꿈꾸는 브라운핸즈의 두 남자.“가구 제작은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걸 먼저 시도한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브라운핸즈 제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전화 문의를 할 때마다 우리 제품을 좋아해준다는 느낌이 들어 즐겁습니다. ”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달한다 해도 의식주는 변함없을 것 같다는 브라운핸즈의 낙관이 맞는다면 가구 시장의 이 조그만 틈새에 희망이 있을 듯하다. 글: 임나리기자, 인물사진: 한도희(피움스튜디오)